건축적 표현 도구로써 애플 지도의 가능성

from Column 2013.12.3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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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핑 (Mapping)



건축 혹은 도시계획에서 좁은 의미의 맵핑은 (주로 도시적인 스케일에서) 어떠한 정보를 특정하거나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표현 방법은 다양합니다만, 대개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색깔에 따라 분류하여 전달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죠.


예를 들어, 위 이미지의 경우, 처음 보는 순간 정확히 알지는 못해도 밀도나 사용 빈도 등에 대한 분석이 아닐까 추측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런 식의 다이어그램 (Diagram) 은 대개 그에 대한 짤막한 캡션이 붙기 때문에, 실제로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이러한 다이어그램들은 정보 전달 본연의 목적 이외에도, 하나의 컨셉이나 이미지 그 자체로써 의미를 갖기도 하죠.



빅데이터, GIS, 맵핑

요즘 빅데이터라는 단어가 상당히 큰 이슈인데, 건축쪽에서도 이러한 빅데이터와 도시를 연결지어 무언가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려는 움직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현재까지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나 성과들은 사실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 빅데이터에 대한 정의나 의미가 건축가들에게 명확히 정착되지 않은 것이 그 이유이고, 사실상 국내 건축 기반이라는 것이 이러한 요구들을 바로 바로 수용할만큼 여유가 있다고 보여지지 않습니다. 다만 '연구소' 를 표방하는 몇 몇 곳에서 새로운 도전의 일환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홍보하는 정도인 것이죠.

어떤 곳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을 통합된 도시계획으로 보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은 아직까지 하나의 견해 정도로 받아들여야 한다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에게 조금 더 친숙한 단어라면 GIS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가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해당 단어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일반 지도와 같은 지형 정보와 함께 지하시설물 등 관련 정보를 인공 위성으로 수집, 컴퓨터로 작성해 검색, 분석할 수 있도 한 복합적인 지리정보시스템이다.

국토계획 및 도시계획, 수자원관리, 통신 · 교통망 가설, 토지관리, 지하매설물 설치 등의 분야에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GIS가 운용되는 분야는 구체적으로 기상항공 정보분석, 상 · 하수도망, 통신망, 전력망, 도시가스망, 도로 등 지상 · 지하 시설물 설치 및 관리,

공장부지, 농작물 재배지역, 산업단지선정 등이다.


보시다시피 이러한 GIS 데이터들은 주로 인프라스트럭쳐 (Infrastructure) 에 적용되는 내용이기에, 건축과는 무관하다고 판단하실 수 있으나, 예전의 건축가들이 그래왔듯, 건축과 도시계획은 나름의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기 때문에 방관할 수 만은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프로젝트의 성격이나 개인의 성향 차이에 따라 이러한 정보들이 무의미할 수도, 유의미할 수도 있겠죠. 이것이 절대적인 척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이러한 데이터들은 언제나 시각화 (Data Visualization) 되어 전달되어지기를 원하고, 실제로 Autodesk社 에서는 이러한 요구에 부합하는 소프트웨어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Autodesk Map 3D가 그 대표적인 예이며, Autodesk Infrastructure Design Suite 은 그러한 정보들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일종의 소프트웨어 묶음입니다.



애플 지도

이쯤 되면, 그럼 뜬금 없이 애플 지도는 무슨 이야기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사실 위에서 언급했던 내용들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전문적인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분야 혹은 새로운 가능성과 접근 방법에 대한 이야기죠.


당연히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전문적인 기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그 이면에는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추구하려는 건축가들 특유의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한 표현 도구로써 애플 지도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습니다.





애플 지도를 최대한 줌 아웃했을 때의 모습입니다. 흡사 구글 어스 (Google Earth) 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로 구글 어스를 이용한 정보 전달은 방송에서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MBC에서 일요일 낮에 방송하는 서프라이즈에서부터

EBS 다큐프라임에 이르기까지 구글 어스를 통해 정보 전달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줌인되는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하나입니다.

그냥 가져도 써도 될 정도로 기본적인 품질이 좋기 때문이죠.

동일한 맥락에서 애플 지도의 가능성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강남 고속터미널쪽을 위성 (Satelite) 뷰로 봤을 때의 모습입니다. (티스토리 업로드 용량에 제한 있어서 조금 리사이즈 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것보다 조금 더 좋습니다.)

국내에서 제공되고 있는 다음이나 네이버 지도의 경우, 점점 그 기능이나 광고들로 인해 온전한 이미지를 따는 것이 힘든데, 애플 지도의 경우 거의 온전한 크기로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것도 꽤나 고품질의 이미지를 말이죠. (메뉴에 PDF 내보내기 기능이 있긴 하지만 품질 저하가 심해 추천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3D 뷰로 봤을 때의 모습입니다. 아직 국내 지도는 3D 컨텐츠가 전무한 상태이긴 하지만, 저는 이 뷰로 지도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이 3D 뷰는 기존 건물들을 보는 용도로 사용하기에 매우 유용하지만, 기존 지형 (Contour) 을 참고하는데도 상당히 좋습니다.





이런식으로 말이죠? 꽤 괜찮은 느낌 아닌가요?

건축 표현 방법에서 '느낌'이라는 부분을 무시하기 힘들기 때문에, 애플 지도 특유의 그 느낌은 굉장히 메리트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의외의 장소였습니다. 바로 이미지를 로딩하는 과정입니다.

추측컨대, 이 과정은 총 4개의 단계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저 그리드입니다.

아직 이미지가 수신이 안된 장소의 경우에, 저런식으로 그리드 플레인 (Grid Plane) 이 생성되는데, 이 때 재밌는 것은 바로 지형 (Contour) 값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인 즉슨, 추후 어떤 플러그인이나 소프트웨어를 통해 애플 맵의 정보를 추출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실제로 구글 지도의 지형 정보를 추출하여 도면이나 이미지로 만들어주는 플러그인이 존재 하는데, 애플 맵도 그런게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는 회색 이미지 단계입니다.

여기선 그리드 플레인에 기본적인 지형 이미지를 회색으로 붙여넣게 됩니다.


이어 세 번째 단계는 실제로 3D 모델링 된 이미지들이 저품질로 생성됩니다.

주로 보여지는 시점에서 가장 뒷부분에 잘 안 보이는 건물들이라든지 지형들이 이러한 저품질의 이미지로 생성이 됩니다.

아마 빠른 속도로 지도를 불러오기 위해 이런 방법을 택한 것 같습니다.


네 번째 단계는 당연히 고품질입니다.

보고자하는 지도를 계속 켜두면 고품질로 바뀌게 됩니다. 이게 생각보다 이미지의 느낌이 좋고, 시간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 4가지의 단계가 굉장히 빠르고 끊김없이 (Seamless)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애플 지도 특유의 느낌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재밌습니다.

지도를 자세히 보면, 뒷부분은 완전히 건물들이 뭉개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이미지로 보면 그것이 그냥 하나의 온전한 지도처럼 느껴집니다.

이건 이미지나 말로는 표현하기가 힘들고, 그냥 직접 사용해보시는 것을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하이브리드 뷰의 모습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느낌입니다.

물론 이건 지도의 기능이나 정확성 이야기와는 별개입니다.

단순히 표현 도구와 수단으로써의 애플 지도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뉴욕 맨해튼의 모습입니다.

대부분 외국의 유명한 도시들이나 건물들은 3D 모델링이 되어 있는 상태라, 우리나라를 보는 느낌과는 사뭇 다릅니다.





사실 맨해튼은 조금 과한 느낌입니다.

지도를 본다기보다 심시티 같은 게임 화면을 보는 것 같아 조금 이질적인 느낌입니다.

재밌는건 다음에 보실 파리는 또 다른 느낌이라는 점입니다.





조금 다르죠?

밑에 이미지를 보시면 아까 제가 위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뒷 부분 건물 이미지가 뭉개져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인 이미지를 보는데 크게 위화감은 없으며, 저 뭉개진 이미지들마저도 조금 있으면 고품질 이미지로 바뀌게 됩니다.





확대한 모습입니다.

이미지가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표현 도구의 측면에서 이런 날카로움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점은 기존 위성 지도와의 자연스러운 조화입니다.

위 이미지 왼쪽 하단을 보시면 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것들이 뷰의 움직임에 따라 해당 뷰와 자연스럽게 조화된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실제로 건축 실무에서도 로드뷰나 위성 지도를 이용한 제안서 작성은 이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어떠한 정보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만들고 전달하는데 익숙해졌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런 측면에서 이러한 새로운 정보의 수집은 또 다른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까부터 계속 느낌이라는 애매한 단어를 사용하게 됩니다만, 그 느낌이라는 것이 또 무시할 수 없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애플 지도의 느낌 (뭐 톰톰의 느낌이려나요?) 은 또 하나의 가능성으로 인정 받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다음 단계로 (To the next level)

예로부터 오픈 소스는 우리에게 많은 가능성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애플은 철저한 폐쇄 정책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으로써는 어쩌면 당연한 가치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모은 수익을 바탕으로 많은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으니, 그렇게 나쁘다고 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애플과 오픈소스에 관련된 이야기들은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시면 좋을 듯 싶네요.


애플과 오픈 소스 (애플포럼)

애플과 오픈 소스 


아무튼 요지는 이겁니다.

현재 수많은 정보들이 공개되어 있고, 우리는 그러한 정보들을 통해 여러가지 새로운 정보를 생성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에 익숙해졌죠. 많은 사람들이 빅데이터를 통한 데이터 마이닝에 집중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새로운 정보를 찾아서, 그걸들을 조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애플과 톰톰이 손을 잡고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이 지도의 세부적인 데이터 공개 여부를 떠나서, 이 지도의 효율적인 측면을 취해서 우리가 원하고자 하는 새로운 정보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잠깐 사용해 본 느낌이긴 하지만, 애플 지도는 그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꽤 괜찮은 수단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여기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애플 혹은 톰톰이 지도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입니다만, 그건 사실상 힘들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는 기존에 나와 있는 구글 어스의 플러그인을 통해, 일정량의 지도 데이터를 추출하는 것이 가능하고, 거기서 만들어진 데이터와 애플 지도의 데이터를 먹싱해서 (Muxing) 또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가능성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예전에 EIDF 2009에서 방영 되었던 찢어라! 리믹스 선언 (RIP: A Remix Manifesto) 에는 수많은 지적 재산권에 대한 논란이 나옵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큰 이슈는 바로 샘플링이었죠. 이 다큐멘터리가 던지는 질문은 간단합니다.

다른 이의 정보를 무수히 변경하고 뒤섞어서 만든 새로운 정보는 과연 나의 것인가?

물론 이에 대한 대답은 개인마다 다르겠습니다만, 영화에서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공동체는 상호 대화와 창조적인 행위를 통해 타인의 저작물에 자신의 것을 보태고 섞으면서 바꿔나갑니다.


(...중략...)


그 재배열된 텍스트 일부가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의미단위를 무작위로 잘라 배열을 바꿔놓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병치를 통해 새로운 언어가 탄생하게 되죠.


정보화 시대에서 지적 재산권은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보호되어야 하는 것도 맞죠.

다만 이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행위 그 자체입니다. 정보들을 뒤섞는 (Remix) 행위 말이죠.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는 이미 그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줬습니다.

어떠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해서 파생되는 소프트웨어들을 소위 포크 (Fork) 라고 하며, 이 포크된 소프트웨어들의 가능성은 이미 입증 되었습니다.

XBMC는 엑스박스를 홈씨어터처럼 만들어보겠다는 목표로 처음 만들어진 이후에, 근 30여개의 소프트웨어로 포크 되었으며,

그 중 Boxee 나 Plex 는 꽤나 성공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애플의 사파리는 웹킷이라는 오픈 소스 프로젝트의 또다른 브랜드이며, 구글 크롬 역시 초기에 웹킷의 랜더링 엔진을 그대로 사용하다가

지금은 웹킷의 랜더링 엔진을 포크한 블링크를 만들어 사용중입니다. 놀라운 점은 웹킷 또한 KHTML을 포크한 프레임웍이라는 겁니다.

애플의 OSX이나 iOS가 FreeBSD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다윈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은 이제 그다지 놀랍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이 정도 되면 사람들이 왜 오픈 소스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이해가 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넓은 정보에 시야를 두면서, 동시에 지속적으로 정보들을 뒤섞는 (Remix) 일련의 작업들을 해야 합니다.

위에서 말했듯, 이러한 새로운 병치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포크된 소프트웨어들은 이미 이런 가능성들을 뒷받침하고 있고요.


애플 지도로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조금 간 것 (?) 같긴 하지만, 이 역시 큰 범주에서 동일한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무엇을 원래 목적과 다르게 본다는 건 매우 중요하며, 정보를 뒤섞는 도구의 일환으로 애플 지도는 이미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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